내게 그림이란

Diary 2012.03.20 22:56

오늘 포스팅은 finalround 님의 덧글로 문을 열겠습니다. 소재 주셔서 고맙습니다 :)





조금 고민해봤는데, 사실 그림은 절 행복하게 만들어주진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슬프거나 괴롭거나 감당할 수 없이 화가 날 때 저는 그림을 그립니다.
제 감정이 아주 부정적일 때 저는 소리를 지르거나, 울부짖는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도망치거나 숨으면서 표정이 사라지는 쪽에 가깝지요.

아래 그림은 제가 몇일 전 아주 화가 났을 때 그린 그림입니다.
문제가 되는 장소와 사람 근처에 있기 싫어서, 그림도구를 챙겨 부랴부랴 시내로 도망쳤었죠.
다리를 절뚝거리며 비를 피해 들어간 어두운 골목길 야외테이블에서 그린 그림은
스케치도 없이 무의식중에 완성하고나서보니, 푸른 가면을 쓴 그 모습이
참 저랑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은 절 행복하게 만들어 주진 못하지만
제 슬픔과 분노를 녹여내 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좋은 것 만은 또 아니고요.
감정을 표현할 수 없고, 해결된 문제는 결국 없는 것 같거든요.
제 피고름같은 감정들이 사라지지않고 그림이 되는 것 같아서
가끔은 이 그림들이 나를 또 슬프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furious . water color

furious . water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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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옆집누나 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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