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가장 사랑하는 주, Tasmania. 

그 중에서도 제가 호주에서 가장 사랑하는 도시라면

망설임없이 꼽을 수 있는 이름은 Launceston.


기억도 많고, 추억도 많고.

장기 여행자 주제에 되돌아가 한달이나 머무르게 했던 탈선脫線의 마을.

그런 주제에 돌아다니거나 사진도 많이 찍지 못했던 아쉽고 아련한 이름.







텅 빈 거리. 따뜻한 햇살. 금빛 주황색 Tama 강.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정시마다 울리는 교회의 종소리.

나른하고 스산한 도시.


숙소에서 늘어져 하품하다 문득 눈물이 날 것 같은 좋은 기억만 가지고 떠났지만

다시 가 봐도 그때 그 사람들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을 게 뻔한 거리.

추억에서만 아름다울 거리, 찾지 못할 시간.


이 때 나는 많이 불안했고 아직 잘 몰랐다.

쉽게 믿고 의지하고 화를 내고 토해내던 기간.

이 시간들을 후회하진 않지만 지금은 좀 더 현명하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참 어렸구나. 

생각하면서 웃음지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야.

여행을 떠나오길 잘 했다, 싶어 또 다행.





처음 좋아지기 시작한 크리스찬 건물.

소개해준 오지 친구가 Church 라길래 교회라고 소개했던 나는, 

한국에서 교회 좀 다녀 본 친구들에게 여긴 교회가 아니라 성당이라고 혼쭐이 났다.

그러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면 될 일을. 나이도 많은 나는 끝까지 교회라고 못난 티를 다 내며 우겨댔다.

교회든 성당이든, 나란 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했는지.


The Holy Trinity Church

34 Cameron St Launceston TAS 7250










한껏 골이 난 나를 위로해주듯 데려간 2층에서, 백발의 친구들은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해주었다.

이렇게 오래되고 웅장한 소리는 처음 들어봐. 나는 철없이 꺅꺅대며 동영상을 찍어댔다.

이곳에서는 모두 나이든 교인들 뿐, 예배가 끝나면 묽은 차와 커피, 과자를 나눠 먹곤 했다.

나는 한국에서도 여행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나보다.

노인들은 철없고 이기적인 나도 받아주니까.

낡고 오래된 곳이 좋아.













캐터랙트 협곡 Cataract Gorge.

타마강과 함께 론체스톤에서 가장 가볼만한 곳.

둘 다 아주 조용하고 한적해서 좋아.









모기가 가득해서 짜증만 내던 내게도

하늘은 이렇게나 예뻤더랬다.


슬픔도 괴로움도 기쁨도 즐거움도

어차피 지나갈테니까 이만하면 괜찮지.





론체스톤을 들른 한국인이라면, 적어도 수십명은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우연히 한 한국인 청년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한국 화폐를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조건없이 도와주던

SanE 같은 최신가요들도 죄다 불러대는 백발의 친구.

지금은 Psy 노래 따라 부르고 있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을 도와줘서, 날 기억 못할지도 모르지만 난 당신을 기억해요. 




론체스톤은 이 사진같았는지도 모른다.

하얗고 때 묻지 않아 예쁜, 유리창 너머에 있던 도시.

그 땐 내가 멍청해서 잘 몰랐어 고마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옆집누나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