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내가 냉장고에 갈아둔 미숫가루와
30초 돌린 만들어둔 치킨샌드위치를 가방에 넣고 가는 남편을
아침잠 많은 나는 가끔 누워서 입맞추고 배웅하거나
늘 그렇듯이 알몸인 채로 현관까지 배웅하며 입맞추거나
가끔 착한 부인이 되고싶은 나는 된장찌개로 아침을 열지만
일에 지친 그가 '미안. 늦잠을 자서ㅠ' 하며 먹지도 못하고 떠나려하면
ㅠxㅠ 잔뜩 뿔난 나는 툴툴대며 역시나 뽀뽀하며 배웅하겠지. 사랑해.

아이가 있다면 알몸으로 돌아다니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반쯤 감긴 눈으로 유치원 교복을 입힐거야.
노란색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뭐든 안 귀여울까.

아이를 데려다주러 운전 하러 갈 때는
재미있는 동요를 함께 부르며 가거나
오늘은 유치원에서 뭐하는지 이것저것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자애라면 꼭 양갈래 꽁지머리를 묶어줄거야. 빨간색이나 노란 고무줄.
남자애라면 음... 뭐든 상관없지만.
어쨌든 오늘 하루 잘 보내! 내 사랑!

돌아오는 길에는 이소라의 음악을 틀어야지 당연히.
아이에겐 좋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부턴 내 시간이니까.

이 즈음엔 공원이나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돈을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급적이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림이었으면 좋겠지만
사실은 위안이 될 수 있는 그림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해.
그냥 그걸로 내 입에 풀칠만큼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면서는 함께 장을 보고 싶어.
엄마는 어릴때 이 카트를 꼭 한번 타보고 싶었단다.
너는 카트가 재미있니? 혹시 시끄럽거나 졸리지는 않니?
우유와 치즈는 괜찮지만 아이스크림과 과자코너는 피해야지.
나도 먹고싶지만 함께 참아보자.

요리는 함께 도와줬으면 해.
꽤 재미있거든 이거.
사실 엄마는 외할머니처럼 잘하지 못해서기도 하지.
함께 손을 움직이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지않을래?
엄마는 오늘 이런 걸 그렸단다.
공원에서 이만큼 큰 개도 만났어.
일요일에도 온다니 다음엔 아빠랑 함께 보러 가자.

아빠왔다!
엄마는 손을 씻어야하니 문 좀 열어줄래?
'아빠 다녀오셨어요!'
아이가 아빠한테 폴짝 매달려서 뽀뽀로 맞이했으면 좋겠다.
그건 애 아빠가 그만큼 좋은 아빠라는 뜻이니까.

맛있는 저녁이 되었으면 해.
우리 가족 모두 함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해.
가끔은 싸울 수도 있지만
하지만 마음속에선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그런 가족이 되었으면 해.

내가 일하고 숨쉬고 배우고 돈벌고하는 모든 것은
사실 이런 꿈 때문이지.


라고 생각하며 이 시간까지(03:23AM)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 욕심은 자꾸 많아져가고 늘어만 갑니다.
단기긴 하지만 일단은 상사가 없을 예정입니다.
더 바빠질 것 같네요.

하지만 사람이 언제나 제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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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옆집누나 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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