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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8 고마운 사람들 (4)

고마운 사람들

Diary 2011.07.18 15:24

 고마운 사람을 뵙고 있어 행복합니다. 그 중 한 분은 뵌지 얼마 아니되었고 다른 한 분은 얼굴 뵌 적도 없지만 두 분 다 꿈같은 시간을 선물해주고 계십니다. 너무나 진부한 표현이죠. 꿈같다. 하지만 다른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해요. 내게도 이런 일이 있구나. 성별도 다르고 하는 일도 전혀 다르고 성격도 정 반대인 두 분입니다. 사람 일이란 언제나 한치앞을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요즈음 몹시 기쁩니다. 

 저는 아주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편입니다. 미인은 아니지만 호감형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나이 있으신 분들이 아주 편합니다. 아마 주된 원인은 성격탓일거예요. 사람과 대화할 때 판단을 하지않습니다. 대신 감정이입은 몹시 잘 하는, 흡사 식염수같은 년입니다. 일이 아니면 생각도 행동도 느릿느릿하구요. 적어도 위협적인 사람은 아니란 거예요.
 제 경험에서 비추어볼 때, 사람들은 저를 바라보는 호불호가 조금 빠르게 갈리십니다.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절 아주 빠르게 좋아해주시고 꺼리시는 분들은 표정과 분위기에서 쉽게 읽을 수 있어요. 후자같은 경우는 제가 노력해도 안된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저 스스로 황급히 도망을 칩니다. 전 제가 못 올라갈 나무는 잊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예요. 그런걸론 잠깐 기분은 나쁘겠지만 상처받지는 않아요. 

 문제는 전자입니다. 정말, 정말 문제예요. 저는 저를 아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구더기같이 스물스물 피어나는 연정을 품는 사람입니다. 시간을 들여 공들이는 세공사같은 관심과 배려에 오래된 벼락집 담장 돌가루가 무너져내리듯 슬몃슬몃 확실하게 깎여나가는- 아주 치졸하고 비천한 사랑. 
 애정을 우선 표현해주는 사람은 최대한 정중히 그리고 확실히 밀어내지만(특히 남자는) 그 뒤에도 지속되면 나는 그만 급속도로 무너져 내려서... 처음처럼 웃지만 내 마음은 달라요. 내 안에서 코스모스가 가을철 씨받이마냥 무럭무럭 자라난다고.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자라대서 감당이 안돼. 난 당신을 더 자주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
 하지만 표현을 곧잘 하지 못하는 내가 만족할만큼의 관계는 늘 되지 못하고, 특히 여자분들은 좀 더 만나기 힘들어요. 왜일까. 난 정말 그대가 좋아서 그냥 더 자주 보고싶은 것 뿐인데. 다른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나만큼 보고싶지 않은걸까 마음이 아파서. 난 왜 너무 느리게 데워지고 오랫동안 식지 못하는 걸까를 고민했더니 심야에 울린 메신저. 

 "나는 자기가 좋아요. 원래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점점 더 좋아져요."
 "나는 빨리 달아오르고식진않아요. 난 좀 느려서"

 아, 울 뻔했어요. 이런 말 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나같이 느려터진 사람은 너무 고마워서. 열흘이 훌쩍 넘었지만 수시로 이 글을 읽고 또 읽고 해요. 메신저 로딩이 열흘이라니 이런 미친 전송률의 나를 또 책망하고 방긋 웃고 울고 웃고 반복해요.

 그 사람 말마따나 나는 이제 첫사랑할 때의 중학생이 된 것 처럼. 장맛비처럼 뭔가 내 안에서 쏟아져내려요. 나는 산다는 핑계로 뭐든 망각하는 편한 사람이지만 이런 기억만은 잊고싶지않아서 꽉 붙들고 글을 써요.   
 나는 사랑한다는 말도, 함께 있고싶다는 말도 쉽게 하지 못해요. 내가 그 말을 뱉는 순간, 나는 이미 쏟아져버려요. 그게 너무 무거울까봐 참고 눌러요. 그리고 언젠가는 토해내겠죠. 울컥울컥 코로 쏟아내리는 핏덩이같은 찐득한 걸 우리 앞에 펼쳐둘거야.

 우리는 그 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그때도 여러분은 지금처럼 웃어줄까요. 혹시 그 때 도망쳐도 괜찮아요.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고맙습니다. 단지 이 말이 하고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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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옆집누나 Ran